계류유산 경험담 — 결혼 한 달 만의 임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별
계류유산 경험담을 처음 쓰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 다른 분들의 글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됐던 것처럼, 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글이 됐으면 해서 용기 내어 써요.
임테기 두 줄 — 결혼 한 달 만의 깜짝 임신
23년 4월 결혼식을 올리고, 2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쁜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속이 너무 안 좋았어요. 도중에 내려 헛구역질까지 했고, 점심을 먹어도 계속 속이 울렁거렸어요. ‘어제 저녁을 잘못 먹었나’ 싶다가, 그제서야 생리예정일을 확인해보니 일주일이 지나 있었어요.
퇴근길에 임테기를 사서 집에서 확인했는데, 너무 선명한 두 줄이 떴어요.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던 터라 2세는 전혀 생각 없었던 시기였거든요. ‘내가 임신이라고??’ 믿기지 않은 채로 남편에게 알렸어요.
남편도 많이 놀라면서도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놀랐던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벅찬 기쁨이 올라왔어요. 다음 날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받고 양가 부모님께도 기쁜 소식을 전했어요. 모두 너무 좋아하셨고, 저희도 덩달아 설레고 행복했어요.
입덧이 사라졌어요 — 계류유산의 첫 번째 신호였어요
입덧이 심하진 않았지만, 저녁마다 냉장고 냄새만 맡아도 힘들었어요. 배가 고파 배달을 시켰다가 냄새 때문에 한 입도 못 먹은 날도 있었고요.
그러다 어느 날, 입덧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입덧이 사라지는 건가 보다’ 하고 아무 일 아닌 듯 넘겼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때는 정말 몰랐거든요.
“심장이 뛰지 않아요” — 계류유산 진단을 받던 날
2주 후 정기 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시더니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유산인 것 같아요”라고 한 번 더 말씀하셨을 때, 그제서야 ‘유산’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어요.
저는 술도 안 마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라 건강하다고 자부했어요. ‘임신이 빨리 된 것도 그래서겠지’ 싶었는데 계류유산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멍하니 있는 저희에게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말씀하셨어요. 계류유산은 흔한 일이고 산모 탓이 아니며, 다음 임신을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고요. 소파수술을 오후에 바로 진행하자고 하셨어요.
소파수술 그리고 회복 —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어요
병원을 나오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았고, 이 사실을 부모님께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어요. 양가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고 집에 들어와 그냥 누웠다가 잠이 들었어요.
오후에 소파수술을 진행했어요.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술이라 당일과 다음날만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했고, 실제로 주말 동안 쉬니 몸은 금방 회복됐어요. 하지만 마음은 달랐어요.
고요한 집에서 울다가 자다가를 반복했어요.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긴 거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회사 동료들에게는 출근 전에 미리 연락을 드렸어요. 팀장님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며칠 후에야 말씀드렸고요. 임신 소식을 알렸던 친구들에게도 조금씩 연락을 돌렸는데, 전달하는 저도 힘들고 듣는 상대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했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초기 임신 소식은 안정기 이후에 알리는 이유를 뼈저리게 알게 됐어요.
계류유산 후 회복 — 조금씩 괜찮아지는 중이에요 🤍
출근을 하고 바쁘게 일에 집중하다 보니 점차 마음이 회복되는 것 같았어요. 문득문득 떠오를 때면 혼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요.
이번 일로 계류유산이라는 단어도 처음 알게 됐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계류유산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유산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 시기에 다른 분들의 계류유산 경험담이 담긴 블로그 글들이 큰 위로가 됐어요.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 잘 이겨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됐거든요.
지금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정말로요.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요 🤍
다음 글에서는 두 번째 유산 이야기인 자궁외임신 경험담을 써볼게요.
👉 두 번째 유산 이야기 | 자궁외임신 경험담 1부 — 복통부터 응급 수술 직전까지


